여행 수첩의 한 페이지로부터

로망이었던 커피숍 창가 자리에서 글쓰기(=된장질). 직원들이 어찌나 은근 눈치를 주던지.



…그나저나 맛있어 보였던 레몬 케익은 인생 최악의 맛이다. 코스타-_-ㅗ 그래도 커피는 맛있는 듯. 맥도날드 커피보단 맛있고 디자인 뮤지엄 커피보단 조금 연한 듯. 영국 커피는 고소하고 신 맛 거의 없이 쓴 맛이 강하다. 내일은 마지막으로 카페네로 커피를 마셔 봐야지. 맛있다니까…


끔찍하게 맛없던 레몬 케익.



전망이 좋은 탓인지 커피 가격도 비쌌던 design museum. 타워 브릿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너무 늦게 도착해서 전시는 구경하지 못하고 커피만 마셨다. 내가 사실 게이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편인데도, 여기 카페의 점원은 너무나도 so gay였다.


northen lane은 샵들을 잘 꾸며 놨더라만 비싸서 그림의 떡이었달까. 그래도 주인 찾아 배회하던 귀여운 야옹이를 만날 수 있었다♥



아기자기 예뻤던 northen lane. 노팅힐 마켓 보다야 규모가 작았지만 좀 더 고급스러운 샵들이 많았달까. 노란 색감이 너무 예뻐서 찍어두었던 악기 숍.



고양이를 혼자 두지 마세요! 흑흑, 나쁜 주인 아저씨 같으니라고. 고양이가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사라진 주인을 찾아 배회하던 예쁜이.


오늘 마뇽네 집을 나설 때에는 빗방울이 굵게도 떨어지더니 타운에 가까워지면서 날이 예쁘게 개이는데 어찌나 예쁘던지. 지금은 하늘이 파랗다. 헤헤~ 맨날 눈만 보다가 비를 보니까 좋더라. (하지만 어제같은 비폭풍은 사양하겠어)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던 어제. 하지만 이 사진을 찍고 나서의 흡족함은, 온 몸이 젖어오는 피곤함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파도에 밀려오는 먹이를 올망졸망 기다리던 귀여운 갈매기들.


집을 나서는 길에 버스정류장의 유리를 찍었다. 그런데 무언가 글씨가… 앗? 깜짝 놀랐다. 있는 줄도 모르고 찍었거든. carpe diem, 우연이 내게 선물해 준 메시지. :)


아기자기 예쁜 빗깔의 시골마을, 브라이튼 너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pier는… 뭐랄까, 쇠락한 휴양지 같은 느낌-겨울이니까-을 물씬 풍기면서, “사연이 많을 것 같은” 장소라서 너무 좋았다. 완전 내 취향, 짱짱! 조금 있다가 pier 또 가고,



노을이 졌을 때에도


비바람이 몰아 칠 때에도


맑은 날에도 너무 너무 매력적이던 pier.


브라이튼 느무 좋아. 여름에 2-3일 정도 와서 놀다가면 정말 좋을 듯. 그땐 따뜻한 바다에 몸을 담글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평생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다.

사실 알고보면 쿠오피오도 처음엔 감탄의 연속이었다. 깨끗한 공기에 기관지가 뻥 뚫리는 듯 했고 반짝이는 학교 호수와 싸고 푸짐한 그래서 나를 살찌게 한 학교식당밥… 그랬는데 겨울이 오고, 그 곳에서 좋고도 나쁜 기억이 생기고 더 이상 그곳에서의 내가 낯선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기 시작하자 권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익숙해지고 나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다니, 사실 익숙해 졌다는 건 그만큼 열렬히 정성을 쏟아 사랑해 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도. 여행을 해야 하는 건 그런 거다. 낯설게 만들어서 잊고 있던 소중함을 되찾기 위해서. 돌아갈 곳이 없는 여행은 방랑일 뿐, 절대로 즐거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돌아가면, 영하의 날씨와, 한동안은 절대로 녹지 않을 눈으로 가득 덮히고도 고요히 끊임없이 눈 내리는 풍경으로 나를 반길, 쿠오피오의 한 구석에, 가장 아기자기하고 예쁜 내 방이 있다.

돌아가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줄 엄마와 가끔은 귀찮다고 느껴질 만큼 나를 사랑하시는 아빠와 여전히 무덤덤할 언니가 있을 것이고 내가 고른 녹색 침대보가 덮인, 중학생 때부터 잠들던 침대가 있겠지.

같고도 다른 경험들을 안고 돌아와 한층 성숙해졌을 하지만 어제 만난 사이 같길 바라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고, 좋으면서도 너무 짜증날 똑같은 고민들, 고질적인 문제들이 하나도 고쳐지지 않은 모임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미치도록 증오하면서도 사랑할 밖에 없는 내가 있겠지.

나에겐 모든 것이 새로운 이 거리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걷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목적지를 찾아가는, 나에게는 타지인 이 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잠들어 있던 모든 감각을 다시 일깨워주는 이런 소중함을 내게 선사해 주는 것은, 나를 잠들게 했던 지겹다고 생각했던 하지만 나의 전부였던 그 모든 것들이라는 아이러니에 감사해서.

영국의 시골마을 한 켠의, 전혀 고급스럽지도 않은 널리고 널린 커피숍의 한 자리에 앉아, 창피하게 울어버릴 수는 없는 거라고- 이를 앙 다물고 코만 훌쩍거리고 있다.

* 영국, 브라이튼, 2009년 1월 13일.

by | 2009/01/25 22:41 | 여행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frak.egloos.com/tb/479310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무아 at 2009/01/29 10:30

사진들이 너무 예쁘네요.

장소 뿐만 아니라
사람도 익숙해 지면 같이 있는 동안 느끼는
기쁨이랑 고마움 같은게 덜 해지는 거 같아요.

저도 여행 가고 싶네요 ^^



Commented by at 2009/01/30 03:35
맞아요. 그게 참 못된 버릇인데 말이죠. 여행이 그래서 참 좋아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Empty
by 주
Calendar
카테고리
전체
음식
여행
방송연예
주제없음
스크랩
음악
도서
영화
이글루 파인더
rss

skin by zodiac47